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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편찬원, '근현대 서울지역 여성의 노동과 생활' 연구집 발간

서울의 여성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왔을까?

김영남 기자 | 기사입력 2024/07/10 [12:44]

서울역사편찬원, '근현대 서울지역 여성의 노동과 생활' 연구집 발간

서울의 여성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왔을까?
김영남 기자 | 입력 : 2024/07/10 [12:44]

▲ 일제강점기 영등포 경성방직 공장 여공들의 작업 모습 (출처: 서울역사아카이브)


[JK뉴스=김영남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역사중점연구 제17권 '근현대 서울지역 여성의 노동과 생활'을 발간했다. 이번 연구집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서울 곳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활동과 삶을 조명한 연구논문 6편을 담았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의 역사 중 아직 개척되지 않았거나 취약한 분야의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연구집 '서울역사중점연구' 시리즈를 2016년부터 기획하여 편찬하고 있다. 신진연구자를 육성하고 ‘서울역사전문가’의 저변을 꾸준히 확대하고자 한다.

먼저 예지숙(숙명여대 연구교수)의 '서울지역 방직 여공의 노동조건과 생활'이 수록됐다. 이 논문은 1930년대 영등포지역에서 일하던 방직 여공 여성의 삶을 통해 여성 이주자의 공간이자 여성노동의 장으로서 기능했던 ‘영등포’에 주목한다.

그동안의 연구에서 일제강점기 영등포는 공업화 정책과 도시개발의 측면에서만 조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영등포의 방직여공이 지방의 영세한 농촌 가정의 자녀로 유년기에 이주했던 ‘여성 이주자’라는 점이 간과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등포의 방직여공은 영등포라는 근대 공업 공간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던 노동인력이었으며, 보다 나은 처지에 대한 열망으로 본인들의 삶을 역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던 존재였다.

소현숙(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의 '서울지역 여성 타이피스트의 노동과 삶'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여성 ‘타이피스트’의 교육과 취업 실태를 통해 신기술 도입이 여성의 삶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본다.

일제강점기부터 ‘타자기’가 본격적으로 업무에 도입됐다. 그러나 여성 타이피스트는 대부분 일본어에 익숙한 경성 거주 일본인이 차지했다. 해방 이후 서울에 타자교육 기관들이 다수 설립되면서 타이피스트는 고학력 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직종으로 각광받았으나, 컴퓨터의 도입과 사무자동화 속에 점차 단순기술직 노동자로 여겨지며 그 빛을 잃어갔다.

다음 논문인 김이경(단국대 HK연구교수)의 '서울 영등포지역 여성노동자들의 협동운동 참여와 확산'에서는 영등포산업개발신용협동조합의 사례를 집중 조명한다. 여성노동자들이 스스로 신용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운영하여 경제적 연대와 신용 창출의 과정을 만들어 낸 사례다.

영등포산업개발 신용협동조합은 1969년 영등포산업선교회의 그룹활동에 참여한 여성노동자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이들은 저축을 통해 경제적으로 연대했고, 이전에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노동자들에게 유용한 금융기관이 됐다. 또한 신협의 공동자금을 통해 소비, 생산 주책 등 협동운동을 추진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다음 후지타 타다요시(단국대 HK연구교수)는 '해방 이후~1970년대 서울지역 미용사 인구의 확대와 노동적 특징'에서 서울 속 미용사 인구가 확대되어 가는 과정을 제도사, 문화사적 시각으로 다루었다.

해방 직후 서울에는 다양한 미용사 양성기관이 잇달아 설립됐다. 이후 미용사 자격제도의 정비와 패션쇼, 미용기술대회 등을 통해 미용사의 직업적 위상이 점점 높아졌다. 하지만 독한 미용약품의 사용,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적 특성, 휴식 없는 고객 응대와 정신적 부담 등 미용사들의 노동 환경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미용 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장미현(단국대 HK연구교수)은 '서울지역 저소득층 주거지역 여성들의 ‘이웃관계’ 노동'에서 1960~1980년대 서울지역 저소득층 주거지역 속 기혼 여성들의 생활조건과 가내노동을 집중 분석한다.

공장 등으로 취업이 불가능했던 기혼여성들은 초저임금을 감수하면서도 돌봄노동과 가내노동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가내노동은 하청업체로부터 가내노동자 관리를 위임받은 ‘중계부인’을 매개로 이루어졌고, 이웃 간 안면관계, 공동작업 및 분배를 위한 ‘계’의 조직이 이루어지는 ‘이웃관계 노동’이라는 자체적인 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마지막 이세영(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의 논문에서는 '북한이탈주민여성의 ‘서울살이’와 노동 경험 연구'에서 노동을 통해 삶을 개척해나가는 북한이탈주민여성들에게 서울이 어떤 기회와 질곡의 도시인지 조명한다.

서울은 전국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하며, 북한이탈주민여성 다수가 거주하고 노동하는 지역이다.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여성은 서울에 거주할 것을 희망하지만 서울의 일자리·주택·물가 문제와 더불어 사회적 차별과 경력 단절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근현대 서울지역 여성의 노동과 생활'의 가격은 1만원으로 시민청 지하 1층 서울책방과 온라인책방을 통해서 구매 가능하다. 또한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 누구나 무료 열람 가능하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번 논문집을 통해 서울에서 노동하는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역사 연구를 통해 서울시와 시민들이 직면한 고민과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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