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고향사랑기금으로 '엄니 영화 보러 가시게'지난해 모금·제도개선 선도, 올해 눈에 띄는 기금사업으로 기부에 보답
[JK뉴스=JK 뉴스] 지난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전국 이슈를 선도해 온 영암군이, 새해에는 고향사랑기금사업으로 그 명성을 이어간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사랑기부금법에 따라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인한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하고, 지역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실시됐다. 기부자가 자기 주소지를 제외한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 공제와 기부금액 30% 내에서 답례품을 증정받는 제도다. 영암군은 지난해, 목표액 6억원의 두 배가 넘는 12억3,600만원을 모금했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 2위에 해당하는 성과였다. 답례품으로 영암군의 농산물과 소상공인 상품이 3억7,800만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고향사랑기부제가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톡톡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영암군에서 확인됐다.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인 영암군민속씨름단, F1자동차경주장을 활용한 영암군의 답례품 아이디어도 빛났다. ‘천하장사 식사권’ ‘F1자동차경주장 서킷 체험권’은 참신성과 희소성으로 전국의 이목을 끌었다. 시행 1년 고향사랑기부제는 적잖은 개선점도 남겼다. 지자체가 지역 맞춤형 사업을 제시하고 모금하는 ‘지정 기부’를 막은 점, 기부금 모금처를 공공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에서 독점하게 만든 점, 낮은 개인 기부 한도와 법인 기부를 금지한 점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런 규제들은 고향사랑기부금법의 입법 취지 ‘지역발전에 이바지’를 무색하게 했다. 영암군은 고향사랑기부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제도개선·보완을 제안했다. 나아가 각종 언론 기고로 여론을 환기하고, 다른 시·군 등 지자체와 관련 법령 개정을 촉구하는 연대에도 나섰다. 동시에 고향사랑기부금법 입법 취지를 감안해, ‘적극행정’으로 지정 기부를 시행하고, 민간·공공 플랫폼 공동모금도 병행해 적잖은 성과를 올리며 그 필요성을 입증해 보였다. 결국, 지난달 13일 정부는, 국회에서 의결한 고향사랑기부금법 일부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공포했다. 민간 플랫폼 모금 금지가 유지되는 등 지자체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는 못했지만, 그간 지적 받아온 여러 문제점을 반영한 내용이었다. 올해 영암군은 지난해 모금으로 적립한 고향사랑기금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에 돌입했다. 전국 기부자들의 고향 사랑 마음과 영암군에 보내준 정성에 보답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일에 알뜰하게 쓴다는 방향과 함께다. 특히, 이 사업들 가운데서 4월 중순부터 실행에 들어갈 ‘엄니, 영암 극장 가시게’가 단연 눈길을 끈다. 이는 읍·면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고 영암읍의 ‘영암기찬시네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어르신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사업을 영암군이 마련한 배경에는 지역민의 문화 소외 현실이 담겨있다. 1970년대까지 영암읍에는 영암중앙극장이 있었다. 이 영화관이 문을 닫은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영암군민이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보려면 광주나 목포까지 나가는 수고를 들여야 했다. 대중문화의 첨병이라는 영화 관람에서도 영암군민은 불편과 소외를 겪어온 지 오래다. 젊은이들은 차를 몰고 도시로 나가 문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지만, 대중교통 이용도 여의찮은 어르신들에게는 이마저도 언감생심이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농한기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소일거리는 경로당에서 화투 놀이 정도가 전부였다. 영암군은 이런 문화 소외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2022년 12월 영암읍에 영암기찬시네마를 개관했다. 영암군은 약 1억원의 고향사랑기금으로, 어르신들이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기찬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다시 버스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엄니, 영암 극장 가시게’를 각 마을별로 차례로 시행해 11개 읍·면 555마을 어르신 모두 올해는 영화 한 편씩 볼 수 있게 만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고향사랑기금으로 지역 문화시설인 영암기찬시네마 활성화도 견인할 예정이다. 어르신의 영화 관람이 끝나면, 영암 학생과 다문화가정 가족, 이주노동자 등에게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향사랑기금으로 이미 실행에 들어간 사업도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엉덩이 기억상실증 회복 프로그램’이다. 나이가 들면 엉덩이 근육이 가장 빨리 빠진다는 의료 상식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어르신의 근력 회복 및 근 손실 예방을 위해 개인별 맞춤형 처방을 해주는 내용이다. 시종면·서호면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은 4주 동안 120명 어르신에게 건강 처방을 해주고 있다. 특히, 근육 감소와 질병 보유 어르신에게는 1:1 맞춤형 운동과 식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뒤에도 영암군은 추적 관찰로 어르신의 건강을 계속 보살필 계획이다. 영암군은 고향사랑기금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영암읍보건소와 삼호읍보건지소 주치의로 초빙할 예정이다. 2023년 12월 현재, 영암군 18세 이하 인구는 6,227명으로 전체 인구의 12%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이 소아청소년들은 의료사각지대에서 산다. 영암군에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없어 정밀한 진료와 치료를 받으려면 60km 떨어진 광주나, 40km 먼 목포·무안으로 나가야 한다.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등 ‘아이 키우기 좋은 영암’ 정책을 추진 중인 영암군은, 올해 고향사랑기금으로 먼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초빙한다는 방침이다. 한 주에 영암군보건소에 2일, 삼호읍보건지소에 3일 전문의를 배치해 소아청소년 마을주치의 역할을 맡긴다. 올해 1월 초 영암군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2024년 고향사랑기부제도 종합계획’을 세웠다. △기금사업 발굴 △답례품 경쟁력 강화 및 신규 발굴 △고향사랑기부자 예우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4대 추진전략과 15개 세부추진계획으로 구성된 계획이다. ‘엉덩이 기억상실 회복’ ‘엄니, 영암 극장 가시게’ ‘소아청소년 마을주치의 배치’ 등 지역 맞춤형 기금사업 이외에도 영암군은 올해 답례품과 고향사랑기부자 예우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먼저, 지난달에는 답례품 업체 44곳과 간담회를 열고, 애로사항을 수렴했다. 나아가 5월부터는 창의성과 서비스 마인드를 동시에 담은 답례품 개발을 위해 용역도 실시한다. 영암군은 현재, 기부금이 도착하면 감사 문자를 발송하고, 답례품을 제공할 때 감사의 편지도 함께 보내고 있다. 앞으로 기부자 사후관리에도 정성을 들여 재기부와 기부 확산 유도에도 나선다. 10만원 이상 기부자에게는 모바일로 가칭 ‘고향사랑증’을 발급해, 영암군 방문 시에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서 ‘지정기부’ ‘1주 1기업 방문’ ‘N번째 기부 이벤트’ 등도 준비하고 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전국에서 영암에 고향사랑기부를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정성에 보답하기 위해서 영암군민과 지역 발전에 꼭 필요한 일들에 기금을 활용하겠다. 올해도 영암 고향사랑기부에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JK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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