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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기증유물특별전 '나의 보물, 나의 유산' 개최

전시물과 관련된 기증자의 사연을 함께 소개하여 기증과 전시물의 의미를 부각

김영남 기자 | 기사입력 2024/10/23 [12:18]

서울역사박물관, 기증유물특별전 '나의 보물, 나의 유산' 개최

전시물과 관련된 기증자의 사연을 함께 소개하여 기증과 전시물의 의미를 부각
김영남 기자 | 입력 : 2024/10/23 [12:18]

▲ 기증유물특별전 '나의 보물, 나의 유산' 포스터


[JK뉴스=김영남 기자] 서울역사박물관은 10월 25일부터 내년 3월 16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2023년 기증유물을 소개하는 '나의 보물, 나의 유산' 특별전을 개최한다(개막식 : 10월 24일 오후 2시 30분).

박물관은 2023년에 강릉최씨 대경공계 재경종친회 등 25곳으로부터 총 6,594점의 유물을 기증받았다. 그중 800여 점을 선별하여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전시물과 관련된 기증자 사연을 함께 소개하여 기증과 전시물의 의미를 부각했다. 전시는 크게 2부로, 1부는 전통시대, 2부는 현대 유물로 구성했다.

박물관은 유물과 함께 기증품과 관련된 사연을 받아서 기록했다. 기증자들은 각 유물에 담긴 기억과 ‘기증’의 의미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었다.

“6.25가 발발했을 때, 할아버지께서는 간찰 하나하나를 기름종이에 싸가지고 당시 중학생이던 아버지에게 책가방처럼 둘러메게 하고 부산까지 피난을 가셨대요.”(기증자 이완수 / '간찰 병풍' 기증)
“기증은 우리가 과거와 미래를 함께 공유하는 것”(기증자 김소영 / '86서울아시안게임 선수단기' 기증)

일반적으로 ‘보물’은 국가지정문화유산급의 역사성과 희소성을 가진 유물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는 유물 각각에 담긴 애정에 주목했다. 기증자의 애정이 있기에 오랫동안 보관될 수 있었고, 더욱 잘 보관되고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박물관으로 기증됐다. 이제는 기증자와 박물관 모두에게 소중한 보물이다.

박물관은 자료의 가치가 부각될 수 있도록 상태가 안 좋은 자료는 보존처리를 하고, 한문자료는 현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한글로 번역하고, 관람이 편한 환경을 조성하여 전시로 선보인다.

'숙의 나씨 묘지석'은 조선 제11대 왕 중종의 후궁인 숙의 나씨의 묘지석이다. 은평구 증산동에 있던 숙의 나씨의 묘소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장 과정에서 파손됐으나 박물관의 전문 보존처리 과정을 통하여 원형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간찰 병풍', '금성전자 선풍기' 등도 보존처리를 통하여 유물의 원형 보존과 전시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다.
조선시대의 간찰, 운현궁 일가의 어필(임금의 친필) 등은 한문 번역작업을 거쳤다. 번역을 통하여 심미적인 서예자료에 당시의 생활을 알 수 있는 기록자료로서의 가치가 더해졌다.

전통시대 주요 전시품으로는 '최유련 개국원종공신녹권', '숙의 나씨 묘지석', '간찰 병풍'을 들 수 있다.

'최유련 개국원종공신녹권'은 국가지정 보물임에도 박물관으로 선뜻 기증됐다. 태조 이성계를 도와서 조선왕조를 창업한 업적과 포상을 증명하는 문서로 강릉최씨 대경공계 재경종친회에서 기증했다.
'숙의 나씨 묘지석'은 현존 유물이 적은 조선 전기의 서울지역 묘지석이며, 문중 보관본으로 출처가 분명하여 더욱 의미가 있다.
'간찰 병풍'의 편지들은 권율, 김상헌, 이덕형 등의 위인들이 지인들과 마음을 주고받은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유물이다.

박물관의 기존 기증유물 중에 최근에 서울시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집 목판 800여 장도 함께 선보인다. 조선시대의 책판은 ‘한국의 유교책판(Confucian Printing Woodblocks in Korea)’이라는 명칭으로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러나 대부분 지방에 보관되어 있어서 서울에서는 대규모로 보기 어려웠는데, 박물관에서는 기증유물특별전을 계기로 목판 일괄을 선보인다.

'낙촌선생문집목판', '귀암선생문집목판', '정재선생문집목판'은 조선 숙종대에 이조판서를 역임한 이원정(1622~1680) 집안의 문집 목판이다. 총 498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아버지(이도장)-아들(이원정)-손자(이담명)에 이르는 3대의 문집 판목이 온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와선생문집목판'은 퇴계 이황의 학맥을 계승한 김대진(1800~1871)의 문집 목판이다. 총 416장이며, 단독 저자로 흔치 않은 대형 문집목판이다.

현대 전시품은 생활용품이나 기념품이 많다. 어렸을 때 익숙하게, 또는 신제품으로 생각했지만,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제는 보기 힘든 물건들이다. 그 시간을 살았던 사람에게는 기억을, 후대의 사람에게는 이해의 폭을 넓게 해준다.

'약탕기', '키'와 같은 유물은 기증자의 할머니와 부모님이 쓰시던 생활용품이지만 이제는 사용하지 않고, 초등학교 때 첨단과학으로 생각됐던 8비트 컴퓨터도 어느덧 오래된 물건이 됐다. 고인이 되신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수집하고 사용하던 물건에는 그들을 기억하려는 유족의 마음이 느껴진다.

박물관 기증의 단골손님인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기념품도 빠지지 않는다. 두 행사가 1980년대 서울 사람들의 중요한 기억으로 남아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소장자의 애정이 담긴 유물은 모두 보물”이라며, “서울 사람들의 다양한 보물을 통하여, 서로의 생각과 생활을 이해하고, 나의 보물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주말 관계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입장 마감 17:30)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이다. 단, ‘서울 문화의 밤’이 열리는 매주 금요일에는 21시까지 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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